징계위원회에서 말하는 ‘명분’은 징계사유가 정당하다는 근거와, 그 사유에 비추어 선택한 징계 수준이 과도하지 않다는 근거를 함께 뜻합니다. 쉽게 말해, 무엇을 이유로 징계하는지(징계사유의 정당성)와 그 이유에 비해 징계 수위가 지나치지 않은지(징계양정의 적정성)가 징계조치의 명분을 이루는 두 축입니다.
징계사유의 정당성은 징계가 실제로 근거가 있는지를 보는 부분입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징계사유가 제한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그 열거된 사유에 해당해야 징계할 수 있고, 그 밖의 사유로는 징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징계 절차에서 실제 징계사유로 삼은 사항인지, 면책합의나 징계시효가 완성되지는 않았는지, 같은 사유로 이미 징계한 것은 아닌지(이중징계 금지), 정당한 쟁의행위 같은 적법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아닌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징계양정의 적정성은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선택한 징계 종류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지를 보는 부분입니다. 징계 종류를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이지만, 그 재량이 마음대로 하는 재량은 아닙니다.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균형이 있어야 하고, 경미한 사유에 대해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권리 남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직무의 특성,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그리고 여러 사정을 함께 참작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지 여부를 따집니다.
징계양정을 판단할 때는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합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구체적인 양정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을 살펴야 하고, 특히 표창이나 징계 이력에 따라 감경·가중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면 그 사정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처럼 공공성이 강한 업종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직위와 담당 업무도 중요해서, 관리·감독 책임이 있거나 회계·감사처럼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은 경우에는 더 무거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비위의 경위와 횟수, 의도적이거나 적극적인 행위였는지 같은 주관적 요소, 과거 징계 경력이나 표창 수상 여부, 비슷한 사안에서 기존에 어떤 징계를 했는지에 대한 형평성도 함께 봅니다. 비위 결과로 사용자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피해 회복이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도 감경 요소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징계위원회가 말하는 명분은 단순히 ‘징계할 이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정해진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그 사유에 대해 선택한 징계 수준이 균형을 잃지 않았는지, 정해진 절차를 지켰는지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징계사유가 있어도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무겁거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그 징계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실제 사안에서는 어떤 징계사유가 실제로 문제 되는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어떤 양정 기준과 절차가 있는지, 해당 근로자의 직무와 이전 징계 이력 등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