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만 예외적으로 ‘완치 판정 진단서’를 요구했다면 그 요구가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업무상 필요와 의학적 근거 없이 피해자에게만 복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삼는다면 부당한 조치이거나 신고·피해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가 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복직 때 의료진의 ‘완치 판정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일반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직무의 안전이나 실제 업무 수행 가능성을 확인할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면, 회사가 업무에 필요한 범위에서 건강 상태에 관한 자료를 요청할 여지는 있습니다. 이때는 ‘완치’라는 포괄적 표현만 요구하기보다,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와 필요한 제한·조정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방식이 더 적절합니다.
특히 다른 직원에게는 같은 조건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괴롭힘 피해자에게만 요구하는 이유, 회사가 확인하려는 직무상 위험, 진단서의 범위와 제출 필요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피해자가 괴롭힘을 신고했거나 피해를 주장한 데 대한 불이익으로 복직을 막으려는 것이거나, 의학적으로 필요한 범위를 넘어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제6항의 불리한 처우 금지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차별적으로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요구 경위와 실제 건강 상태, 담당 업무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택시운전 근로자의 복직 사례에서, 의사 소견서에 ‘택시운전을 해도 된다’는 문구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복직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가 건강 상태에 의문이 있다면 담당 의사에게 확인하고, 업무시간 조정 등 복귀 방안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두3583 판결). 이 판결이 모든 직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문구의 진단서만을 고집하는 것이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괴롭힘이 이미 확인된 사안이라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할 때 회사는 근무장소 변경·배치전환·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복직을 위한 의료자료 요구가 보호조치나 복귀를 사실상 막고 있다면, 회사에 다음 내용을 서면으로 요청해 기록을 남기세요.
회사 요구서, 복직 신청서, 기존 괴롭힘 인정·조사 결과, 다른 직원에게 적용된 복직 기준, 의료진 소견 및 회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관하세요. 복직 거부가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로 이어졌다면 그 조치의 내용과 시점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