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말서가 사건의 객관적인 경위만 적는 문서라면 제출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사죄하라는 내용까지 강요한다면 그 부분은 거부할 수 있고, 거부만을 이유로 징계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시말서가 단순한 경위 보고를 넘어 사죄문·반성문을 뜻한다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이를 요구하는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고 제출명령도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9두6605 판결).
반대로 회사가 사고나 비위행위의 사실관계, 발생 경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객관적인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정당한 지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당한 이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면 징계사유로 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징계가 가능한지와 징계 수위가 적정한지는 별개입니다. 제출을 거부한 경위, 실제 행위의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함께 따져야 하며, 거부만으로 곧바로 해고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적으로는 문서의 이름이 ‘시말서’인지보다 요구된 내용과 목적이 중요합니다. 반성·사죄 문구가 들어 있다면 그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사실관계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인 설명은 제출하겠다는 방식으로 대응하실 수 있습니다. 회사가 문서 양식이나 작성 지시를 제시했다면 사본을 보관하고, 본인이 확인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작성하세요. 이미 징계 통보를 받았다면 시말서 요구 내용과 징계 사유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96조제1항은 취업규칙이 법령이나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취업규칙에 시말서 제출 규정이 있더라도 반성·사죄를 강제하는 내용까지 당연히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업장 규모와 취업규칙, 요구된 문구 및 사건 경위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