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이 민사재판에서 상대방을 채무자라고 주장하거나 대여금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재판에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법원은 돈을 받을 당시 속임수가 있었는지, 그로 인해 돈을 건네거나 재산상 이익을 준 것인지 등을 형사사건의 증거로 따로 판단합니다.
민사소송은 주로 돈을 갚을 의무가 있는지를 다루고, 사기죄는 돈을 받기 전후의 행위와 당시의 의도를 다룹니다. 따라서 민사판결에서 채무가 인정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기죄가 배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민사재판의 주장·증거·판결은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를 판단할 때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돈을 빌리거나 거래할 당시 상대방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했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겼는지, 그 말 때문에 고소인이 돈을 지급했는지입니다. 나중에 약속대로 갚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시의 속임수나 사기 의도가 곧바로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계약서,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송금 내역, 돈을 빌릴 때 설명한 용도와 변제 계획, 실제 사용처와 이후 변제 노력 등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민사소송이나 조정에서 유리한 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형사상 사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조정 과정의 말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거짓이고 당사자가 그 거짓을 알았거나 증거를 조작하려 한 경우처럼 범죄가 명백한 사정이 없다면, 쉽게 사기죄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도10330 판결). 다만 이는 조정절차에서의 기망 여부에 관한 판단이므로, 일반적인 대여금 사건의 결론을 그대로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는 민사소송의 당사자 지위나 ‘채무자’라는 표현보다, 돈을 받은 시점에 어떤 말을 했고 그 말이 사실과 달랐는지, 고소인이 그 말을 믿고 돈을 지급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민사판결이 이미 나왔다면 판결 이유와 확정 여부, 형사사건에 제출된 증거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