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사죄를 요구하는 시말서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지만, 사건 경위만 적는 보고서까지 거부하면 별도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시말서가 사실관계와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내용까지 강제한다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업무명령이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 따라서 그런 반성문 성격의 시말서를 거부한 행위 자체를 독립된 징계사유로 삼거나, 징계 수위를 높이는 사유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회사가 사고나 비위행위의 사실관계, 발생 경위, 관련 업무 내용을 설명하도록 요구한 것이라면 정당한 업무명령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위 보고를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제출하지 않으면, 업무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징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서 이름이 ‘시말서’인지 ‘경위서’인지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요구한 내용과 제출 목적이 중요합니다.
다만 시말서 요구와 별개로 실제 비위행위가 있었다면 그 행위 자체는 징계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말서 거부가 징계사유가 되는지’와 ‘원래 사건이 징계사유가 되는지’는 나누어 판단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