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상 절차를 일부 어겼다는 사정만으로 횡령죄가 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맡은 재물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위탁 목적에 어긋나게 자기 것처럼 처분했는지가 핵심입니다.
횡령죄에서 ‘보관’은 재물을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뿐 아니라,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관리하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관 기간이 짧거나 특정 목적을 위한 일시적인 관리였다는 이유만으로 횡령죄 가능성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단순한 계약 위반이나 업무상 실수와, 형사상 횡령은 구별해야 합니다.
판단할 때는 주로 다음 사정을 종합합니다.
대법원은 횡령의 대상이 여러 재물로 문제 되는 경우 재물의 소유관계와 성질, 위탁 내용, 보관·처분 방법, 어떤 재물을 영득하려 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3도658 판결). 이 판결은 회사 제품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판매한 경우 제품 자체가 아니라 판매대금이 횡령의 대상일 수 있는지도 실제 거래 흐름에 따라 따져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계약서의 목적·처분 제한 조항, 위반한 절차의 의미, 승인·지시 기록, 재물의 실제 사용처와 최종 귀속, 정산·반환 여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차를 어겼더라도 재물이 위탁 목적에 맞게 처리되고 소유자에게 손해나 이익 침해가 없었다면 민사상 계약 위반에 그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절차 위반을 이용해 재물을 사적으로 쓰거나 제3자에게 귀속시키고 이를 숨겼다면 횡령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구체적인 결론은 계약 내용과 처분 당시의 권한·목적, 객관적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