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가 고소나 소송을 준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회사가 탄원서 명단을 자회사에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회사가 별도 법인이고 명단에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전달은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에 따라 제3자 제공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가능합니다. 동의를 받는다면 제공받는 자가 자회사라는 점, 이용 목적, 제공 항목, 보유·이용 기간, 동의 거부권과 그에 따른 불이익을 알려야 하며, 제3자 제공 동의는 다른 동의와 구분해 받아야 합니다.
동의가 없더라도 당초 명단을 확보한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추가 제공이라면 예외적으로 가능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때는 목적 간 관련성뿐 아니라, 당사자가 자회사 제공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정보주체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생기는지, 암호화 등 안전조치를 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자회사의 고소·소송에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며, 원래 모회사가 명단을 취득한 목적과 자회사의 사건이 얼마나 직접 관련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원칙적으로 제공받은 목적을 넘어 이용하거나 다시 제공할 수 없습니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전달하는 경우에도 목적과 이용 범위를 한정하고, 필요한 최소 항목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회사가 모회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수탁자인지, 아니면 자기 명의로 고소·소송을 위해 정보를 사용하는 별도 법인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라면 단순한 업무위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원의 소송기록을 복사했다는 사실만으로 자회사에 제공할 권한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민사소송법은 기록을 열람·복사한 사람이 그 사실을 이용해 공공의 질서나 관계인의 명예·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그 조항만으로 모든 소송 목적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허용하거나 금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전달 전에는 ① 명단을 복사한 목적과 근거, ② 자회사가 당사자인 사건과 명단의 직접 관련성, ③ 자회사가 실제로 사용할 항목과 보유기간, ④ 동의 또는 추가 제공 예외의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가 불분명하면 명단 전체를 넘기지 말고, 필요한 정보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검토하십시오. 동의나 적법한 예외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전달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단 제공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고, 법정 요건에 해당하면 형사처벌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