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할 때 두 분이 서로 상의해 “전남편과의 자녀는 현재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지 않는다”고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만으로 자녀의 법정상속권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상속 여부는 재혼 당시의 대화나 약속이 아니라 법률상 부모·자녀 관계와 상속이 시작될 때의 가족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남편이 그 자녀를 법적으로 입양하지 않았다면, 자녀는 현재 남편의 법정상속인이 아니므로 합의가 없어도 현재 남편의 재산을 자녀 자격으로 상속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현재 남편이 자녀를 입양했다면 입양의 종류와 절차에 따라 상속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입양 여부와 입양관계증명서의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재혼한 부인의 상속권은 별개의 문제로, 부인은 현재 남편의 법률상 배우자라면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 그들과 공동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3조).
재혼 당시의 구두 합의나 일반적인 합의서만으로 장래의 상속인을 바꾸거나 상속권을 포기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재산을 누구에게 주기로 했는지, 별도의 재산 약정이나 입양 절차가 있었는지에 따라 그 문서의 다른 법적 효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부가 재산에 관해 별도 약정을 한 경우에도 제삼자 등에게 그 약정을 주장하려면 혼인 성립까지 등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단순한 상속 합의와 재산 약정은 구분해 살펴야 합니다(민법 제829조).
상속이 시작된 뒤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나누는 협의를 하는 것과, 재혼할 때 장래 상속권을 미리 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제 합의서가 있다면 그 문구와 작성 시점, 재산 약정의 등기 여부, 자녀의 입양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