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목적·범의·위탁관계가 인정되더라도 돈을 맡긴 사람이 여러 명이고 각자가 자기 몫에 대한 권리를 따로 가진 개별 피해자라면, 그 사정만으로 횡령이 포괄일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개별 피해자라는 점은 피해 법익이 하나인지 판단할 때 중요한 반대 사정입니다.
포괄일죄인지 판단할 때는 범행의 방식이 같고 하나의 범의에서 이어졌는지뿐 아니라, 침해된 피해 법익도 하나인지 함께 봅니다. 대법원은 여러 차례의 업무상횡령이 하나의 죄가 되려면 피해 법익의 단일성, 범행 태양의 동일성, 단일한 범의에 따른 일련의 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여럿이면 피해 법익이 하나라고 보기 어려워 포괄일죄 성립을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3801 판결).
다만 ‘개별 피해자’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별개의 죄라고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낸 돈이 법률관계상 하나의 공동기금으로 편입되고, 공동체나 단일 관리 주체가 그 기금 전체를 맡아 보관하며, 각 참여자가 개별 예치금 반환청구권이 아니라 공동기금에 대한 권리만 가진 구조라면 하나의 피해 법익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각 사람이 자기 돈을 따로 맡겼거나, 특정 금액의 반환·용도 준수를 요구할 독립된 권리를 가졌다면, 한 계좌에 모였고 같은 목적에 쓰였더라도 피해자별 위탁관계가 구분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조건에서는 동일 범행·동일 범의·동일 목적은 포괄일죄를 뒷받침하지만, 개별 피해자와 각자의 권리가 독립되어 있다면 피해 법익의 단일성이 부정되어 별개의 횡령죄로 나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판단에는 자금 모집 약정이나 규약, 각 참여자의 반환권·지분권, 공동 의사결정 방식, 회계 처리와 인출 내역이 중요합니다. 횡령 행위가 한 번의 인출인지 여러 차례인지도 살펴야 하지만, 횟수나 계좌가 하나라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