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취지는 맞습니다. 계약 종료 전에 만료 통보를 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갱신 기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앞서 “통보 시점을 늦게 정해도 갱신 기대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한 것은, 통보가 갱신 기대를 새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통보만으로 이미 형성된 갱신 기대까지 없앨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갱신 기대는 통보서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전에 근로자에게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계약이 이어질 것”이라는 객관적인 신뢰가 형성되었는지를 봅니다. 예를 들면 계약서·취업규칙에 갱신 기준이나 절차가 있거나, 실제로 반복 갱신해 온 관행이 있거나, 계속 필요한 업무를 맡기면서 갱신 심사도 운영해 온 경우가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갱신 약속이 없고, 갱신 관행이나 구체적인 갱신 기준도 없다면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월 27일 통보는 10월 31일 계약 만료와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알리는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통보서를 받았다는 서명도 통보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는 의미이지, 갱신 기대를 포기하거나 계약 종료에 동의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계약서나 과거 갱신 관행 등으로 갱신 기대가 이미 형성되었다면, 만료 전에 통보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취업규칙 등의 갱신 규정뿐 아니라 계약 체결 경위, 갱신 기준과 실제 운용, 업무 내용 등 근로관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 기대를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두1402 판결). 그러므로 지금 하실 일은 통보를 늦추거나 문구를 추가하는 것보다, 계약서의 갱신 조항, 이전 갱신 여부, 실제로 적용해 온 갱신 기준, 해당 업무의 계속성을 사실대로 확인하고 관련 기록을 보관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