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판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 것이라면, 민사소송에서 그 사실이 없었다고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법원과 민사법원은 증명 기준이 다르고, 민사법원은 제출된 증거를 다시 살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유죄를 인정할 만큼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민사상 책임이나 사실관계가 반드시 부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사재판에서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 경험칙에 비추어 사실이 있었다고 볼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형사판결에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사정이 민사에서 다시 입증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퇴직금 분쟁이라면 민사법원은 프리랜서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고, 실제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했는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업무 내용에 대한 지휘·감독, 근무시간과 장소의 지정,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었는지, 보수의 성격, 업무의 계속성·전속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합니다. 형사판결에서 이 사정들을 어떻게 판단했는지와 민사에서 제출되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무죄판결이 민사에서 불리한 자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판결문이 구체적인 증거를 검토해 특정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상대방도 그 판단을 근거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사법원은 형사판결에 자동으로 구속되지 않으므로, 민사에서 추가로 제출되는 증거와 주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